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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단 자위권 승인 앞서 주변 피해국 동의 얻어야
기사입력: 2013/10/10 [12:24]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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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북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일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은 도쿄에서 열린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동북아 안보질서의 틀을 바꿀 만한 내용을 합의했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한 법적 기반의 재검토, 방위예산의 증액 등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기로 한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나아가 동아시아 정세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안이다. 미·일의 군사적 밀월이 시작된 만큼 미래전략을 원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국가안보체제를 빈틈없이 구축하는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 받았을 경우 일본이 공격 받지 않더라도,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 침략전쟁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하고, 태평양전쟁 이후 유지해온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도 사라진다. 일본의 군비증강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승인해 준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채질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앞서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본 이웃 나라의 동의와 공감을 얻는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3국 협력의 틀 안에 분란과 균열의 씨를 심는 것이다.

미국도 한·미·일 삼각동맹의 전제를 충분히 인식해 주변국의 동의 없는 군사 유착은 다른 동맹관계를 해치고 결국 동북아 안보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경제적으로도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교역국이다. 미국의 안보전략과 한중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접점을 지혜롭게 관리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주도면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을 포함한 대미 현안, 한·일 군사협력을 포함한 대일 현안 전반에 걸쳐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은 지역안보 강화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지만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당한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결코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대한 국익이 걸린 만큼 침묵만 지킬 수는 없다.

한·미·일 협력은 정부의 일방적 판단과 결정만으로 정해질 수 없다. 국민이 3국 협력에 걸린 국익의 성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주도의 한·미·일 협력으로 한·중 관계가 시련을 겪지 않도록 할 접근법도 고민해야 한다. 미·일 양국에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팽창을 거부할 명분과 권리,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서성훈(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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