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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나라가 부끄럽다
조국사태는 망국의 길
기사입력: 2019/09/26 [09:29]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이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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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부끄럽다

 

▲     © 서성훈



  한때 ‘헬조선’이란 자학성 구호로 멀쩡한 나라를 흠집 내는 정치권 일각의 불순한 선동이 꽤 먹혀든 적이 있긴 하나 국민 대부분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나라로 여길 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신생국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라면 능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사람 상식으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들을 버젓이 자행하는 사이비 좌파들 때문이다. 그러고도 도덕군자연하며 남에게 법의 잣대를 마구 들이대니 정말이지 이건 나라도 아니다.

  
나라를 뒤덮고 있는 ‘조국 블랙홀’만 해도 그렇다. 달포가 넘도록 신문과 TV 뉴스를 온통 도배질하는 통에 정치도, 경제도, 민생도 모두 실종됐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무산됐고 국정감사 일정도 불투명해지는 등 정기국회는 장기간 개점휴업이 불가피해졌다. 광화문에서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의 시위가 잇따르고 제1야당 총재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단행하는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앞서 여성 국회의원 2명이 삭발 투쟁의 불을 댕기자 전·현직 의원 등이 줄지어 동참하며 모처럼 야성의 결기를 다지는 중이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들고일어서고 대학교수들의 규탄이 빠른 속도로 번지는 것도 심상찮다. 이번에 결성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의 시국 선언에는 불과 나흘 만에 전국 290개 대학 3,396명이 서명해 2016년 11월 최순실 사태 때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 선언(2,234명)의 1.5배를 넘어섰다. 친문(親文) 세력의 무차별 공격에 의한 서버 다운과 신상털이를 감안하면 실제 참여자는 몇 배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교모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사회 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고 개탄하고 법을 지키도록 선도해야 할 법무장관에 온갖 편법과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을 임명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조 장관은 자녀 부정 입학, 사모펀드 불법 투자, 사립학교 재산 탈취 등 캐도 캐도 끝이 없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그야말로 ‘비리종합백화점’이다. 본인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무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전무후무할 상황을 연출할 전망이고 지방대학 교수인 아내는 소속 대학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해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도운 혐의 등으로 이미 기소됐다. 딸도 뒤따라 기소될 것으로 보이고 아들의 진학 과정이 파헤쳐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5촌 조카가 구속되는 등 집안이 쑥대밭 됐다.

  
이보다 훨씬 더 고약한 것은 조 장관의 언행불일치다.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줄기차게 정의를 외쳤지만 실제 행동은 불의투성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 당시 피의자인 박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한다며 맹비난해 놓고 정작 자신은 수많은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장관 자리를 기어코 꿰찬 것은 숱한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건 좌우 또는 보수·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고 그저 수치스러운 협잡일 뿐이다. 정교모에 진보 성향 학자 다수가 참여한 배경이다.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적조(조국의 적은 과거의 조국)’, ‘조럴 해저드(조국의 도덕적 해이)’, ‘조국 캐슬(조국판 스카이 캐슬)’, ‘조유라(조국과 정유라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쏟아진 것만 봐도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된다.

  
조 장관의 가증스러운 위선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그를 대놓고 싸고도는 여권의 오만과 독선은 목불인견이다. 언행불일치를 진영 논리로 둔갑시켜 자기편의 세력 결집이나 꾀하다니 어처구니없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역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이 총망라되다시피 한 조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단 말인가. 아니면 문 대통령과 조 장관과 사이에 어마어마한 비밀이 개재돼 있기라도 한 건가. 항간에는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난무한다. 하긴 뇌물과 진배없는 시간당 1,000만 원대 고액 강연료를 챙긴 개그맨이 자기편이라고 ‘시장경제 원리’를 뻔뻔하게 들이대는 그들에게 정의와 윤리는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눈초리가 전에 없이 검찰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서는 두 달 전 임명장을 받을 때 문 대통령이 주문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 수사’를 칼같이 집행함으로써 이 땅에 정의가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분연히 떨쳐 일어날 것이다. 부끄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국민은 아무도 없다. 불의한 권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던 빛나는 전통이 우리 때에 무너지게 해선 안 된다. 추상같은 국민의 엄명을 더 이상 외면했다간 조 장관 정도가 아니라 정권 자체에 철퇴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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