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치
정치칼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판
부정선거는 사라져야 한다
기사입력: 2020/05/07 [18:02]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김교창 칼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판

 

  이번 4.15. 총선은 선거권자의 연령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춰짐에 따라 유권자가 4,399만 명에 달하였다. 그중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를 합쳐 총 2,913만 명이 투표에 참가하여 28년 만에 가장 높은 66.2%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지난 연말 우리 헌정 사상 초유로 여당이 제1야당을 제쳐 놓고 군소 정당들과 합작한 이른바 ‘4+1’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행하였다. 이번 총선이 그 제도에 의한 첫 선거다. 입법 당시 예견한 대로 선거일을 목전에 두고 여당과 야당이 비례투표 전문 정당을 창당하였다. 여당은 자의인지 타의인지 적자에 더하여 서자인 제2 위성 정당까지 거느렸다. 그런가 하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앞 순번을 차지하려고 여야 모두 의원 꿔주기도 서슴지 않았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리고 선거 직전 여러 정당이 창당되면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무려 35개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길이가 48.1㎝나 되었고,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괴물 선거제도로, 곧 폐기 처분되어야 마땅하다.

  공무원은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그 직책에서 물러나야 입후보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는 청와대를 비롯하여 법원, 검찰청, 경찰청 등에 재직하다가 시한에 임박하여 사퇴한 뒤 출마한 후보가 수십 명에 이르렀다. 그중 청와대 출신 약 20명을 포함하여 40여 명이 국회에 입성하였다. 선거판에 뛰어들 사람은 거의 모두 1~2년 전부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후보가 재직하던 기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으므로 선거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올 여지도 있다. 관내 기관장을 맡고 있다가 바로 그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는 특히 그런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90일 전은 좀 짧은 듯싶다. 1년, 적어도 180일 전까지는 그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고쳐야 한다.

▲ 날이 갈수록 붉어지는 부정선거 의혹


  이번 총선에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리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관 출신 등 ‘피고인 신분’의 후보가 수십 명 출마하였다. 이 역시 이번 선거가 세운 기록 중 하나다. 그들은 당선되자마자 법정에 출석하여야 한다. 유죄를 선고받아 당선이 취소되는 자도 몇 명 나올지 모른다. 그런 사람이 의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공천한 정당도 위법 행위의 공범자다. 국가는 앞으로 이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조 전 장관 임명을 앞두고 국론이 극렬하게 분열되었다. 이에 따른 조국 살리기냐, 윤석열 검찰총장 밀어내기냐의 상황이 이번 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선거 직전 일간지에 기고한 ‘조국(祖國)을 조국(曺國)에게 내 줄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그런 사람들이 농락할 수 있는 나라가 될는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각종 선거는 공영제로 치러진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후보를 낸 정당과 지역구 입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하여 주고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가혁명배당금당(대표 허경영)은 지역구에 여성 후보 77명을 내세워 여성추천보조금 8억4천만 원을 몽땅 받아갔다. 2004년 여성추천보조금제도가 생긴 이래 ‘전체 지역구의 30% 이상 여성 공천’ 기준을 충족시켜 보조금을 독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257명의 후보를 출전시켰으나 당선자를 한 명도 못 냈다. 보조금을 노리고 이런 짓을 하면 사기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 정부가 정치자금을 이렇게 허술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은 철저한 심사를 거쳐 합당하게 지급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올해 초 중국에서 침투한 코로나19가 전국을 팬데믹(pandemic) 상태로 몰아넣었다. 방역 당국의 사투와 온 국민의 동참으로 어느 정도 진정되어 다행히 총선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선거판 분위기가 아무래도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하여 현 정권에 힘을 실어 주자는 분위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이슈로 내세운 야당의 목소리를 뒤로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가 어떻든 누더기가 된 선거법은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선거판이 다시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 TOP시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