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럽 순방을 앞두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다. 박 대통령은 “그렇지만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원론적이나마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여러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핵심이 국제화인데 5·24 조치에 막혀 아무런 진전이 없고, 남북 및 러시아의 철도가스관 연결사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남북관계는 그동안 지나치게 경색됐던 게 사실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한 개성공단을 재가동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산가족 상봉은 무산되고, 당국자회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남북 대결은 한반도에 화를 불러오는 단초일 수 있으니 남북 모두에게 실익이 없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데 정상회담만큼 효과가 큰 것은 없다. 정상 간의 대화가 정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신중해야 한다. 대가를 노리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서도 안 된다. 박 대통령은 과거 비정상적인 관행과 단절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 안 한다”고 되풀이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겨냥한 비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동시에 남북 간 의사소통은 사실상 단절 상태로 보인다. 정상회담 구상이 있다면 남북 간 소통의 부재를 타파해야 한다. 남북이 계속 대치하는 건 소모적이다. 안보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신인도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면 남북관계부터 푸는 게 순서다. 북한은 과거 남북 간에 체결된 여러 합의들을 사문화시켰다. 이래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 북한이 상호 존중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다. 북측이 ’약속’을 지키는 성실성을 보이는 게 선결 요건이다.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은 우리의 대북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의 정상회담 구상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성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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