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집권세력의 졸부 근성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은 교양이나 예의가 부족해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한다. 이런 부자를 졸부라 한다. 졸부들은 무례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돌출 행동을 자주 한다. 사치와 허영으로 치장하지만, 품격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도 개인적 욕심이 과도하고, 정직·겸손·배려·자기희생이란 도덕률은 천만의 말씀이다. 사회에는 금도가 있고, 규범이 있다. 졸부는 이런 사회적 규범과 금도를 범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지금 집권세력의 많은 일탈 행태를 보면서, 이런 졸부 근성을 떠올리게 된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 아들과 딸의 대학입학시험에 가짜 상장과 인턴증명서 등을 사용하였다. 재판 과정에서 관련 증거와 증인들을 통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계속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판결하면서 피고가 “법정에서 증언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적시했겠는가. 그런데도 당사자들과 지지자들은 오히려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그 가족이 억울한 희생자라고 고집하고 있다. 여당 중진들까지 나서서 “감정이 섞인 판결로 분노를 느낀다”고 재판부를 원망했다.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졸부 근성의 표본이다.
성추행 혐의로 고발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적반하장으로 비난하고, 피해자를 몰아세웠다. 그들은 박 시장의 뜻을 기리자며 추도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울시 주관으로 5일장을 치렀다. 거기에는 여권 실세들도 가세하였다. 내로남불이다. 부산도 성추행 혐의로 오거돈 시장이 물러났기에 두 시장의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민주당 당헌에는 그런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게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시절 당시 정권을 맹비난하며 자랑스럽게 만든 당헌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특별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그 당헌을 바꾸고 후보들을 공천하기로 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후안무치다.
요즈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불법 행위가 드러난 장관 후보자 등을 조금도 거리낌없이 임명한다. 야당 시절 그렇게 준엄하게 요구하던 도덕성과 문 정권 초기의 엄격하던 인사 검증 기준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제 인사청문회는 효력을 잃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각종 권력형 사건에서 거짓, 변명, 은폐 등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이루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과 원전 감사 자료 불법 삭제 사건은 국기를 흔드는 사안임에도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며 태연자약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억지와 권력 남용을 범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찬사를 보내고, 광복회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주었다. 거대 여당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았고 3주 후면 퇴임하는데도,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더구나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치료차 제출한 사표를 탄핵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만류하고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모습이 아니다. 치열한 진영 논리로 정의와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졸부들의 득세와 난행으로 도덕률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고 늘 주장하면서, 정작 북한에서 사선을 넘어 탈출한 두 사람을 포박하여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공익제보자를 위협한다. ‘탈원전정책’은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바꾸지 않고, 4대강 보 철폐는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환경 이념으로 고집하고 있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부자들에게 고통을 주겠다고 ‘부동산 3법’과 ‘임대차 3법’을 졸속으로 통과시켜 수많은 국민, 특히 가난한 임차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경제 3법’으로 기업을 옥죄더니 ‘상생 3법’으로 경제를 더욱 어지럽힐 작정이다. 어린 철부지에게 칼을 맡긴 것 같다. 미움과 앙갚음이 가득한 조폭 같다. 적법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
권력을 잡았으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졸부 근성이다. 권력에는 정의와 책임, 용기와 절제, 그리고 지혜와 균형 등의 덕목이 필요하다. 이런 도덕률 없이 야망만 분출하면 권력은 폭력이 될 뿐이다. 지금 집권세력을 보면, 투쟁적인 야망만 느껴진다. ‘제3의 길’은 서구의 좌파들이 사회주의의 쇠락을 극복하기 위해 반성과 심사숙고를 거쳐 타협한 대안이다. 이들은 투쟁과 야망을 자제하고 공동체의 새로운 도덕률을 제시하여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 집권세력도 이제 조폭 같은 졸부 근성을 탈피하고 성숙해져야 한다. 지도 세력으로서의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해묵어 시들어진 좌파 이념과 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원칙을 가져야 한다. 선순환을 이루는 또 다른 대안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가 되었다. 그래야 국민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사)한글플래닛 이사장,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강남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