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변화에 대한 열망: 정권 교체의 핵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6월 말과 8월 초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각각 선언했다. 이들은 현직에서 퇴임하기 훨씬 전부터 야권의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윤 전 원장과 최 전 원장이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 편이면 뭘 해도 다 괜찮다”는 내로남불의 불공정이 만연한 현 집권층을 향해 “검은 건 검고 흰 건 희다”고 말하는 용기와 소신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본인들 스스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법률가 출신들에게,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요직에 발탁된 당사자들에게 야권의 기대가 쏠리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어쩌면 이들을 주목하게 된 더 중요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장 문 대통령과 다툴 만한’ 인물로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권 교체가 절박한 야권 지지자들로서는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감연히 세운 윤 전 원장과 최 전 원장의 모습에서 집권 세력을 누를 수 있는 용기와 역량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결국 이들을 야권의 대선 기대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문 대통령인 셈이다.
야권 지지층의 이런 정서를 이해한다고 해도 단지 ‘문재인에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이 새 대통령의 자격 기준이어선 곤란하다. 2016년 말의 촛불 집회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었고, 정권이 바뀌면 뭐라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낳았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권은 국정 운영의 총체적 실정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간의 정체를 지나 퇴보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떤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아니고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 해서는 나라의 앞날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산업화 세력이나 민주화 세력을 막론하고 이제는 현실 문제를 다루는 데 구시대적 존재로 전락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옛날식 보수가 탄핵과 함께 몰락한 것처럼, 옛날식 진보 역시 문재인 정부와 함께 그 수명을 다했다. 30대 젊은 정치 지도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치권의 변화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공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뛰어넘어 근본적인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내년 대선의 승리 여부는 과거식의 정치 문법, 즉 ‘누가 나오면 어느 지역, 어느 세대, 어느 계층에서 유리하다 또는 불리하다’는 식의 정치공학적 계산보다는 ‘민심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의 욕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느냐’로 판가름나야 한다. 다시 말해 야당이 권력을 되찾아오고 싶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에서 만족감을 찾을 것이 아니라, 아예 그것을 송두리째 넘어설 수 있는 시대적 소명으로 단단하게 무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시효를 다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대안의 출발점이 되어선 안 된다. 진정으로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새로운 시대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절실한 고민을 통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을 만족시키기에 모자람 없는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권의 대선 경선이 본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내년에 이루어질 정권 교체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해둘 때다.
필자소개
민계식 (minksdr@gmail.com)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자상 수상
대한민국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
(전) 현대중공업 대표 이사회장(CEO & CTO)
(전) KAIST 해양시스템 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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