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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한국적 후진 정치의 민낯 ‘알박기 ’
정치개역은 계속되어야 한다
기사입력: 2022/07/18 [10:50]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이도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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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후진 정치의 민낯 알박기 

 

  정치권이 알박기시비로 시끄럽다.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한국적 후진 정치의 민낯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요란하다. 전 정권의 알박기가 워낙 광범위했던 데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여파로 예전처럼 전 정권 인사들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권하자마자 기관장들의 줄사표를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작 본인은 임기 말 무더기 알박기를 자행했다며 이런 비상식의 최종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주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앉아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문 정권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원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할 때부터 KDI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1971년 설립 이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비롯해 국가 경제의 밑그림을 그려 온 KDI를 소주성 주창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주성은 문 정권에서조차 버림받은 정책으로, ‘경제 폭망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청와대 재정기획관으로 홍 원장과 함께 소주성 정책을 폈던 박종규 금융연구원장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매한가지다. 내년 6월이 임기인 전 위원장은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도 국민 권익 보호라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요지부동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정하는 등 지나친 정치 편향성으로 정권권익위원장이란 비아냥까지 들은 전 위원장이 국민 권익운운하다니 가소롭다. 임기가 2년도 더 남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한미연합훈련 무용론주한미군 1만명 철수론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이다. 그가 한미 공조를 중시하는 새 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정권과 동행하기 힘든 전 정권 인사가 수두룩하다. ()원전 비판 기사를 나쁜 보도로 선정하는 등의 좌편향 행보로 비난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 시절 이른바 적폐 청산을 주도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재직 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는 이유로 일개 행정관을 시켜 군 서열 1위 합찹의장을 조사한 김유근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등. 보도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곳 중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곳이 256곳에 이르는 반면 이미 만료됐거나 6개월 미만인 곳은 53곳뿐이다. 전 정권 인사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요직을 꿰차고 앉는 구도다. 이래서야 진정한 정권 교체라 할 수 없다. 이들이 새 정부의 철학과 이념을 거슬러 국정 수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가지 않고 버티는 명분은 임기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임기 3년이 보장돼 있는데 왜 나가라고 난리냐는 논리다. 심지어 거취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연환계도 마다않을 기세다. 여권에서 대선 불복이란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이래서 후진 정치란 소리를 듣는다.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정무직은 군소리 없이 짐을 싼다. 그리곤 연구소, 학계, 로펌 등 재야로 나와 재집권의 기회를 노린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현직에서 물러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나 그렇다고 자리에서 뭉개며 남의 정부를 파탄 내는 것은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언제쯤 선진 정치를 볼 수 있을까?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기업은 2, 관료는 3, 정치는 4라고 질타했다. 이후 우리 기업들은 1류도 넘어 초일류로 성장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로는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필즈상을 수상하고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은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류는 분야를 안 가리고 세계를 주름잡으며 국민적 자부심을 북돋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외려 G류로 추락했다. 어느 국회의원의 신조어라는 GSGG에서 따온 것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이 어느 정도인지 쉬이 짐작된다.


   차제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 정권 인사는 깨끗이 물러나 다음을 내다보는 관행이 뿌리 내려야 한다. 그게 선진 정치로 가는 첫걸음이다. 나라를 덮친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온 국민이 지혜를 함께 모야야 할 이때에 듣기도 민망한 알박기 논란으로 국력을 탕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도 없다. 이런 맥락에서 홍장표 원장과 역시 폭망한 문 정권의 일자리 정책을 주도했던 황덕순 노동연구원장이 사의를 밝힌 것은 만시지탄 중에도 다행이다. 알박기 당사자들의 용단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나 중앙정보국(CIA) 국장처럼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임기 보장이 바람직한 직책까지 건드려선 곤란하다. 전문성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마구 내려보내는 고질도 이참에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소개

    

▲  © 이도선

이도선 (yds29100@gmail.com)

     언론인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 편집위원장

     ()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 연합뉴스 논설실장

     ()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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