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은 말의 해다. 예로부터 말띠 해는 온누리 모든 것이 꿈틀거리는 시작점으로 받아들여진다. 말은 우리 풍속에서 태양을 상징한다. 상제가 천마를 타고 다녔다는 무속신앙도 전해진다. 새해는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정세는 거친 파도를 만나 험난하다. 1894년 갑오년은 동학농민운동으로 시작됐으며, 청일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온 나라가 개화와 수구, 사대와 자주로 갈라져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2014년 다시 갑오년을 맞은 우리는 도약 혹은 추락의 기로에 섰다. 나라 밖 정세가 불안정하고, 내부적으로는 소통과 통합이 사라졌다. 오래전에 고도성장이 끝나면서 우리 앞에는 저성장의 장벽이 막아섰다. 한쪽에선 고령화에 신음하고, 20대 청년들은 좌절과 불만 속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를 외친다. 기존의 성공신화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대한민국 호에 탄 우리 모두가 손을 굳게 맞잡고 격랑의 바다를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때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참담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온 나라가 싸움판이었다. 정치는 정쟁에 매몰되고, 국정은 파행을 이어갔다. 사회는 갈등과 반목에 멍들고, 법치는 떼법 앞에 흔들렸다. 부패에 찌들고, 도덕적 해이에 젖은 공공 부문의 모습에서는 믿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치인들은 정치가 안정돼야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안정되며 민생이 안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가 튼튼히 유지돼야한다. 미·중, 중·일의 갈등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동북아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장성택 처형에서 보듯 집권 3년차의 북한 김정은 정권은 종잡기 어려운 체제다.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시작으로 중국의 굴기는 거칠어지고 있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운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초당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야가 먼저 변해야 한다. 말로만 변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여야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신분으로 정치활동을 하다간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하는 무거운 처벌 규정도 뒀다. 여야는 이제 더 이상 대선 복기전을 계속해선 안 된다. 머리를 맞대 민생을 돌보고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정치가 안정돼야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안정되며 민생이 안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6·4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우려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싸우는 정당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 정상화의 시험대다. 여야는 아직 룰조차 정하지 못했다. 기초단체 공천배제 원칙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과감히 펼쳐야 한다. 비판 세력에 다가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통의 채널을 넓혀 정파와 지역, 세대를 넘어서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도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 변화의 시작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원칙과 기본이 중시되고 평범한 진리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웃이 존중받고 신뢰받는 사회풍토가 정착되는 갑오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성훈(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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