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놀이로 골병드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누구나 아는 헌법 제1조 제1항이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은 괴담공화국이다’로 바꿔 써야 할 판이다. 1년 내내 이런저런 괴담이 온 나라를 뒤흔드니 말이다. 여기에는 초등학생들도 갖고 다닐 만큼 흔한 휴대전화가 한몫 톡톡히 한다. 누구나 sns를 이용해 괴담을 손쉽게 퍼뜨릴 수 있게 되면서 사회 혼란이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괴담의 진원은 대개 좌파 진영이다. “혁명을 위해선 거짓말도 괜찮다”는 선동의 달인 레닌의 위대한(?) 교시가 100여 년 만에 이 땅에서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바른 여론 형성에 앞장서야 할 정계, 학계, 언론, 시민단체 등이 괴담이나 파고들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 ‘뇌 송송 구멍 탁’이란 요상한 구호를 앞세운 2008년 광우병 괴담이 좋은 예다. 공영 방송의 너울을 쓴 MBC PD수첩은 미국에서 촬영된 앉은뱅이 소(다우너) 영상을 보여 주며 마치 광우병 소를 도축하는 것처럼 속였다. 앉은뱅이 여부를 따지지도 않는 우리 현실은 애써 외면한 채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은 보도가 아니라 선동이다. MBC가 불씨를 지피자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과 노동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섰고 초중고생과 유모차부대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는 100일 동안 무법천지가 됐다.
광우병으로 재미 본 좌파는 아예 ‘괴담공장’이라도 차린 듯 괴담 생산과 유포에 열을 올렸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인근 해역에서 인양된 북한군 어뢰추진체 등을 근거로 민군합동조사단과 미·영·스웨덴·호주 국제조사단이 북한의 만행을 확인했는데도 천안함 자폭설과 미국 잠수함 공격설 등의 황당무계한 소설로 진실을 덮으려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에는 해괴망측한 ‘7시간 의혹’ 등으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고, 2016년 사드 사태 역시 ‘몸이 전자파에 튀겨질 것’ ‘전자레인지 참외’ 등의 괴담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위는 사드를 ▲사패산터널 ▲천성산터널 ▲4대강 ▲용산어린이정원 ▲인천국제공항 ▲기장원전과 한데 묶어 ‘7대 환경 괴담’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좌파의 괴담 공세는 더 기승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부산 일광(日光)횟집을 둘러싼 친일(親日)몰이, 대통령 국외 순방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가짜 뉴스 등 때와 장소와 종류와 주제를 안 가리고 괴담이 쏟아진다. 이번엔 오염수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한 후쿠시마원전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허용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떨어뜨린 ‘처리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터널로 방류할 계획이다. 다음 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정성 평가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곧 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결사 항전 태세다.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재명 대표는 ‘핵폐수’로 포장해 공포심을 한껏 키우며 부산·인천·강릉에 이어 전국 장외 투쟁을 선언했고 몇몇 의원은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처리수란 사실은 감추고 그냥 오염수라고만 하면 누가 찬성하겠는가. 100% 반대가 아닌 게 되레 이상하다. “처리수 방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힌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도 완전 역주행이다. 대장동 비리, ‘쩐당대회’, 코인게이트 등 잇단 악재로 위기에 몰리자 반일(反日) 죽창가에 핵공포까지 덧씌워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얄팍한 속내가 역력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염수를 마실 수 있느냐?”고 국무총리와 복지부 장관 등을 윽박지르고 조롱하며 ‘4류 K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 대표와 방사능 분야 권위자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공방도 낯뜨겁다. 이 대표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희석 안 된 후쿠시마 물 1L를 마실 수 있다”고 말한 앨리슨 교수한테 “돌팔이 과학자”라고 했다가 “과학 좀 배워라”라는 핀잔을 들었다. 과학에 정치를 들이댔다가 개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민주당은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금언을 무시하고 유엔과 국제해양법재판소 등에 호소하겠다니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좌파는 과학이든 상식이든 관심 없고 오로지 선동이다. 수산물 안전과 어민 보호를 외치면서 “오염수 인질극 그만하라”는 어민들의 절규엔 ‘나 몰라라’다. 태평양 해류를 따라 환류하는 처리수가 우리보다 훨씬 먼저 도착하는 미국, 캐나다 등은 조용하고 그들보다 몇 년 늦은 우리만 난리 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괴담의 실체가 드러나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이 대표는 사드 전자파가 허용 기준의 530분의 1 수준이라는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남 말 하듯 “다행이죠”라고 했을 뿐 막대한 피해를 본 경북 성주 참외농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고, 박주민 의원은 한술 더 떠 못 믿겠단다. 하긴 IAEA도 안 믿는데 뭔들 믿겠나. 광우병이든 도롱뇽이든 매양 그런 식이다.
나라 망치는 괴담놀이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 그러려면 깨어 있는 시민들의 단합이 절대 필요하다. 선동에 훌쩍 넘어가 소금사재기나 하는 한심한 시민의식으론 어림없다. 무엇보다 9개월여 앞으로 닥친 총선에서 단단히 혼쭐내야 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사회로 가는 필수불가결의 수순이다.
이 도 선 (yds29100@gmail.com)
언론인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 편집위원장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