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사설/칼럼
한반도 신뢰 구축 北, 대화 진정성 보여야
기사입력: 2014/01/22 [14:13]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나라&독도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북한이 화해 제스처를 내놓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데 이어 16일에는 상호비방과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포함한 ‘중대 제안’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비방·중상 중지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합의를 깬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그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란 따끔한 지적도 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전날 ‘중대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중대 제안은 말의 성찬이다. 북한 국방위는 “설 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 중지하는 실제적 조치를 취하자”고 했다.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도 제안했다. 또 “중대 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하여 북남 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핵 문제도 언급했다.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라면서 “우리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고 했다. “이 땅에 초래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정부가 “남북 간의 신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보듯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진정성이다. 북한은 중대 제안에서 2월 말 시작될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전제로 했다. 이 훈련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 훈련이고 연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억지주장이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국방주권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은 진정 남북 간의 평화를 원한다면 말로 싸우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서로의 입장만 강조하면 평행선처럼 결코 만날 수 없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아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시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성을 국제사회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자 남북관계 개선을 풀어나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일단 대화의 장을 여는 유연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반도 신뢰 구축은 세상이 공감하는 시대적 과업이다. 북한이 화해 깃발을 흔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화해와 신뢰의 꽃을 활짝 피우려면 빈말이 아니라 행동이 요구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도 진정성 없는 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남북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다.

중요한 것은 제안이 아니라 실천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북쪽도 자신이 공언한 대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서로 의지가 있다면 논의하지 못할 사안은 없다. 신뢰는 짧은 세월에 쌓이지 않는 법이다.

서성훈(발행인)

ⓒ TOP시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