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3년4개월 만에 재개된다. 남북이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우리측이 제안한 17~22일보다는 사흘 늦은 것이지만 남북관계의 불씨인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 성사된 것은 다행이다. 상봉 가족 숙소 문제도 남측이 제시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북측이 받아 들였다. 이를 계기로 닫혔던 대화의 물꼬를 터야한다. 비난과 유화 제스처를 번갈아 해오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욕을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이 계속 진정성을 보일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 정부도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화해 기류를 이끌 필요가 있다. 서로의 신뢰를 해치는 행동은 남북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와 무관한 인도주의적 문제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태에서는 남북관계를 푸는 첫 단추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않고, 우리 측 제안을 다 수용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는 마련됐다고 본다. 이산가족 상봉은 어떤 이유로도 막을 수 없다. 대부분 고령인 이산가족들은 눈물로 상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한을 풀지 못하고 죽어간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상봉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남측 인원만 약 7만 명이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행사를 정례화하고 규모도 키울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결코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연계해서는 안 될, 민족의 슬픔을 달랠 인도주의적인 행사여야 한다. 북한이 이번 상봉에 다른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곤란하다. 약속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차제에 상봉 인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상봉을 상시화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약속을 해놓고 또다시 뒤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중단된 당국자 회담을 이끌어 내야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다. 서로의 신뢰가 높아지다 보면 교류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북측은 보다 전향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소용돌이치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상봉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환영하는 것도 바로 화답의 성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확대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때다. 서성훈(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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