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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전면 재수사로 비리 뿌리 뽑아야
기사입력: 2013/06/03 [12:50]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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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최근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교묘한 불량 부품 사건까지 터져 결국 원전이 무더기 가동 중단된 사태는 참담한 일이다. 입찰 비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원전의 불량 부품 사용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전면적 감사가 실시됐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위조케이블 납품도 조기에 발견돼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의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핵심장치다.

지난해 한빛원전의 12개 품목 69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에 납품된 180개 품목 1555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도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시험성적서 위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납품업체 사이의 뒷거래 수준이 아니다. 국내 시험기관이 부품 검사를 캐나다 시험기관에 의뢰해 불합격하자 성적표를 위조해 합격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불량 부품을 걸러내야 할 기관이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30일 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고발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설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신고리·신월성 원전 불량 부품 사용 사건뿐만 아니라 원전 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전면 재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원전 부품을 전수 조사해 위조 여부를 가려야 한다. 필요하면 부품시험도 다시 해야 한다. 원전 비리 재수사만으로는 고질적인 비리 구조를 뿌리 뽑을 수 없다. 한수원의 대대적인 내부 혁신과 외부 감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원전의 비리를 총체적으로 확인하고, 불량 부품의 교체 등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원전 설비 곳곳에 숨어 있는 불량 부품은 재난사고를 유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

국내 전력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총 10기가 멈춰서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공급능력이 8000만㎾에서 7700만㎾로 떨어지면서 최대 수요 대비 200만㎾가 상시 부족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원전 1, 2기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블랙아웃 위기가 닥칠 수 있다. 6개 원전의 불량 부품을 교체하고 점검까지 마치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

원전 비리는 5000만의 생명을 볼모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원전 비리는 국가안전망의 핵심 영역이다. 한수원 개혁은 내부뿐 아니라 외부 감시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품 시험 성적서의 위조 등을 막기 위해 원본 대조 등의 절차 마련도 서두를 때다. 철저한 수사로 비리 전모를 밝히고, 엄중 문책과 함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원전 안전을 확실히 담보할 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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