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연간 40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모든 은퇴자들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려는 계획이 공무원들의 반발로 또 무산됐다. 세 번째 연기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사업ㆍ금융소득을 뺀 종합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건보 직장가입자 자녀 등의 피부양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3개월 후 시행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의 부처별 협의, 올 2월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지난달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무원·군인 연금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와 퇴직한 고위 공무원의 저항, 현직 고위 공무원들의 묵인 때문이다. 일반인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에는 4000만 원이 넘는 연금 수령자가 없다. 안행부는 재직기간 중 본인이 연금ㆍ건강보험료의 50%를 이미 부담한 만큼 정부 기여분인 나머지 50%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이중부담 불가론’을 관철시켰다. 국민 혈세로 적자를 메우는 공무원·군인연금 못지않게 건보재정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문제다. 건보료를 낼 돈조차 없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수백만 명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 규모는 2015년 6조20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10조5000억 원으로 급증한다. 건강보험 역시 5년 뒤면 적자가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건강세 신설 등으로 메우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고액 연금 수령자들이 건보료까지 기피하려는 것은 국민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행태다. 복지부는 연간 공적연금액의 50%가 2,000만원을 넘는 퇴직자, 기타소득 4,000만원 초과자 식으로 쪼개 건보료를 물리기로 방침을 바꿨다. 연간 4000만원 이상의 공적 연금을 받으면서 자녀의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면제받는 사람은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로 인해 부과대상이 당초 예상보다 10%가량 줄어들 것 같다. 건강보험의 재정 고갈 위험성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건보료 납부까지 기피하려는 것은 국민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집단 이기주의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 이들과 퇴직할 공무원의 이익을 지켜주고자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민심에 등을 돌리는 행위는 규제 받아 마땅하다. 복지부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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