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그 가족, 재미 동포,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사과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방미 일정 말미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를 입은 여학생과 부모,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동포와 국민들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성추행 사건을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의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사건의 진실을 국민에게 명확히 밝히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윤창중의 인턴녀’ 등의 제목으로 인턴 직원의 신상명세, 엉뚱한 여성의 사진도 돌아다니고 있다.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사건에 기름을 붓는 관음증적 행태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 공직자 사이에 ‘중도 귀국 종용’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드러난 상황이다. 청와대의 허술한 위기대응 능력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받는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사과로 서둘러 덮을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사건의 전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사건 당일 밤 구체적 행적과 귀국 과정 등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이런 엄중한 사건을 박 대통령이 24시간 이상 모르고 있었다는 부분은 명확하게 해명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총체적 위기관리 능력 부재 등 난맥상을 보인 것이다. 보고와 소통의 문제점들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 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약속처럼 사건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게 중요하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시작일 뿐이다. 이번 파문을 공직사회에 만연한 무책임과 부조리를 뿌리 뽑고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복은 국민의 심부름꾼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한 치의 잘못이라도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보듯 초기에 공직 기강을 다잡지 못하면 남은 임기 내내 크고 작은 돌발 사고가 그치지 않는다.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국정운영은 추동력을 잃게 된다. 대통령부터 변하고,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분위기를 일신하고, 시스템을 바꿔서 조속히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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