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2기 출범과 한미동맹
지도자 한 명의 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개혁성향의 강성 충성파를 대거 요직에 지명하고 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는 파격적이다. 제임스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 외교안보 5대 주역의 평균 연령은 46세다. 모두 보수성향의 ‘미국 우선주의’ 신봉자이고, 대부분이 중동전 참전용사다. 이들의 전문성·경륜 부족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은 당연하나 ‘더 강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젊은 패기와 개혁의지에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40세의 밴스 상원의원은 낙태 금지, 친환경 정책 반대 등으로 트럼프와 이념적 궤를 함께해 왔다. 루비오 상원의원도 강경한 반중 인사로서 인권 탄압과 핵 개발을 이유로 북한을 ‘거대한 범죄집단이자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수부대 출신 참전용사인 왈츠 하원의원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던 대중 강경파다.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약해 온 헤그세스는 소령 출신의 중동전 참전용사로 44세의 젊은 나이에 국방장관에 지명돼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성 정보수장으로 지명된 개버드 하원의원도 중동전에 참전했던 예비역 중령이다. 이들 지명자의 과거 언행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제2기 미국의 대외기조와 동맹 정책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정부조직 간소화 및 강한 미군을 향한 개혁, 성장 위주 경제 정책, 보호무역을 통한 국내 기업 육성 등을 추진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공정한 안보비용 분담’을 전제로 한 동맹협력을 강조하면서 신냉전구도에서 국제분쟁을 주도하는 ‘변혁의 축’, 즉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세력과의 이념적 차별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 정부의 ‘핵무기 역할 축소’ 기조에서 탈피해 핵 독트린 강화와 함께 새로운 전술핵 개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대중 견제 강화, 친이스라엘 정책을 통한 새로운 중동질서 구축,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추진 등이 예상된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도 예상해 볼 수 있는 게 있다. 북핵에 대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의 ‘전략적 인내’를 이어갈 것 같지는 않다. 북핵 증강과 러·북 군사기술 협력이 북핵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선명한 반대를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핵 위협 감소’라는 현실적 성과를 위한 대북 핵 대화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 동맹과 관련해선 한미 및 한·미·일 안보 공조는 이어가겠지만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강화, 국방비 증액,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 ‘안보비용 분담’ 요구를 강화할 수 있다. ‘거래적 접근’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한국이 이런 요구에 좀 더 신축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면 윤석열·바이든 정부의 확장억제 합의 계승, 한국의 핵 잠재력 함양 등 민감한 핵사안을 협의하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더 편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윤석열·트럼프 정부가 구축할 동맹의 질에 달려 있다.
‘이념적 상응성’ ‘미 세계전략 기여도’ ‘국방을 위한 자구적 노력과 투자’는 미국이 동맹국을 평가할 때 중시하는 3대 기준이다. 격변의 국제정세 속에서 북핵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트럼프 제2기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이런 기준들에서 어떤 평가를 받아 왔는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향후 원활한 정책 조율을 위해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특사 파견으로 선제적 조율을 시도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한국은 ‘잘된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보완한다’는 자세로 한미동맹을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칼럼은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전) 통일연구원장)이 국방일보(24.11.25)(월)에 게재한 글입니다)
김 태 우 (defensektw@hanmail.net)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전) 동국대• 건양대 석좌교수
(전) 대통령 외교안보자문교수
(현)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저 서
'북핵을 바라보며 박정희를 회상한다' 외 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