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오염수의 공통점
채식주의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주장이나 학설이 많지만 반론도 많고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상존한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채식주의를 선호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자칭 채식주의자가 자기는 채식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권유, 선동, 강요한다면 용납될 수 있을까? 그랬다간 위선자라는 지탄을 받기 십상이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자기는 실천할 생각이 없는 정강·정책을 국민에게 권유, 선동, 강요하며 투쟁한대서야 설득력이 떨어진다.
15년 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주장하면서 나라 전체를 큰 혼란과 분열로 이끈 집단과 정치인들이 있다. 바로 광우병 사태의 주역들이다. 어떤 근거나 학설 또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고 허위 보도와 선동을 반정부 투쟁의 불쏘시개 삼아 나라 전체를 농락한 것이다. 인간은 일반적 상식과 다른 주의나 주장을 믿거나 신뢰할 수도 있다. 종교나 이념 집단에서 이단이 생겨나는 것은 막기 어렵다. 다만 그런 이단이라도 자기는 믿거나 실천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선동해서 부추기고 강요하는 것은 사악한 범죄 행위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일으킨다고 스스로 믿으면 당연히 자신부터 쇠고기를 먹지 않아야 하고 설사 먹더라도 원산지를 따져서 가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당시 엄청난 사태를 야기한 집단이나 정치인 가운데 그 후로 수입 쇠고기는 먹지 않았다거나 먹지만 원산지를 따져서 사거나 골라 먹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한국이 세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는 보도만 접했을 따름이다.
인류는 과학적 근거나 각종 실험 결과에 따라서 식품이나 약품을 섭취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살아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어떤 학설이나 주장과 다른 결과나 이론이 제시되는 수도 많지만 근거와 설득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금까지의 방식에 의존하며 우리 나름대로 살아오고 있다. 달리 말하면 과학적 근거나 반론을 제시하지 않는 맹목적 반대는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단이나 단체 또는 주동자들은 대부분 광우병 사태 당시와 똑같거나 같은 계통의 정치인과 집단들이다. 반대하는 이유나 방식도 당시와 비슷하다. 과학적 근거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국민의 감정이나 정서를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공신력을 인정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연구단체가 해당 수역에서 직접 채취한 바닷물이나 생선을 검증해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발표하는 경우 그 결과를 믿지 않을 우리 국민은 없을 것이다. 심리적 불안감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과학적 결과에 의존해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자들은 극단적 사교 집단과 다름없다.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이런 사태는 주동 세력들의 태생적이고 정략적인 반미·반일주의 체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상컨대 광우병 사태가 중국산 쇠고기나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연유했다면 결코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오염수 방류도 북한이나 중국에서 하는 일이라면 과학적 근거를 찾아 헤매는 등 전혀 다른 수준의 대응을 보이면서 사태 전개의 양상이 지금과는 판이했을 것이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할 수도 있고 저지 활동을 펼 수도 있다. 다만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거리낌없이 먹는 광우병 사태의 주역들과 똑같은 정치인과 집단들이 정치적, 정략적 목적으로 오염수 투쟁에 나선다면 그 불순한 의도를 간파하고 국민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광우병 사태 때의 광란이 이 나라에서 또 되풀이되게 해선 결코 안 된다.
임 정 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