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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우리의 선택
통일 대한민국의 가야 할 길
기사입력: 2023/04/13 [09:35]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민계식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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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우리의 선택

 

  © 1년 이상 지속된 전쟁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20217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라고 만장일치로 결의함으로써 우리는 당당히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인가? 필자는 선진국이란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수준 높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그 나름의 일관된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며,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행동으로 협력해 나가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공화국의 가치관과 국가정체성을 신봉하며, 이는 또한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기도 하다.

 

유엔연감에 의하면 우리가 70여 년 전에 겪은 6·25전란은 인류 역사상 4번째로 비참한 전쟁이다. 전쟁 3년여 동안 사망자는 440만여 명에 달했고, 남북한은 말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세계 역사상 특이하게도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등 16개국의 참전과 의료 지원 6개국, 물자 지원 38개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 60국의 도움으로 공산 진영의 침공을 격퇴했다. 6.25 당시와 냉전 시대의 주적은 북한, 소련, 중공이었다.

 

197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해체된 후 서방 세계에서는 공산권을 포용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수립해 보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세계 3대 햇볕정책으로 중국을 향한 미국의 포용정책, 북한을 향한 대한민국의 햇볕정책,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구애정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 30여 년간 공산권을 향한 햇볕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헨리 키신저의 회고록에는 “‘그들이 변할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내용과 중국은 역사상 대등한 위치에서 외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한국, 미국, 유럽의 햇볕정책은 처참한 결과로 끝을 맺었고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신냉전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의 팽창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지만, 본질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 즉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사상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 블럭의 대표적인 구성국은 여전히 러시아, 중국, 북한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단지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가 수립되는 전기가 마련되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이기면 베를린 장벽 붕괴로 30여 년간 지속된 글로벌 자유주의 우위 시대는 종식되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에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전쟁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을 지지하며 의료 장비와 구급차, 소형 트럭, 발전기, 굴착기 등 1억 달러 상당을 지원했고 향후 그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정작 무기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유는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대공포증’) 때문인 듯하다. 우리의 선택을 고려해 보기 위해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는 중국과 국경을 접해 온 오랜 역사를 통해 온갖 고난과 치욕을 당하며 소위 중화권 문화의 영향 속에서 살아왔으나 오늘날에는 중국문화권을 거의 탈피한 상태다. 50대 이하 세대는 한자와 한자문화를 모른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젊은 세대의 70% 이상이 가장 혐오하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만 중국은 통일을 도와줄 힘도 없고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방해만 할 것이다. 많은 국민이 북핵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을 통한 러시아와의 공조를 기대하지만 이것은 망상이다. 러시아는 이미 6자 회담에서 탈퇴했으며 오히려 북핵을 조장하고 있다.

 

핀란드의 예를 보자.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 러시아와 가장 긴 1,34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로, 제정 러시아의 식민지로 신음하며 지냈고,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에는 소련의 침공으로 영토의 10%를 뺏기는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핀란드는 종전 후 70년 이상 지켜 온 중립국의 지위를 벗어던지고 지난해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을 전격 신청했으며, 지난달 말 기존 회원국 중 튀르키예의 비준을 마지막으로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이런 핀란드도 나토 가입 전부터 당당하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주면 교역이 막대한 타격받을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나, ()러시아 교역량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2.2%에 불과하므로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 비용으로 동맹을 압박하며 독불장군처럼 나홀로 쇼를 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총동원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강력한 동맹 관계인 우리로서는 빠져나갈 틈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는 안미경중같은 어정쩡하고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할 수도 없거니와 이러한 구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6.25전란 때 서방 진영 60개국의 도움을 잊지 말고 동맹과 자유 진영의 연대를 중시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주적은 구()냉전 시대와 동일하다. 70여 년 동안 변화가 없으며, 미래에도 같을 것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행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선진국다운 지도력을 발휘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선택은 불가피하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 이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     ©민계식

 
민 계 식 (minksdr@gmail.com)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자상 수상

 

대한민국 국가 과학기술 유공자

() 현대중공업 대표 이사회장(CEO & CTO)

() KAIST 해양시스템 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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