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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적폐 청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함께할 동지가 있을 것입니다
기사입력: 2018/09/09 [15:17]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이기범 (민언련 미디어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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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알아야 세상이 바로 보입니다!” 시민을 위한 언론학교 표어입니다. 2003년 1월 발행된 언론학교 자료집을 꺼내 봅니다. 표지에 굽어있는 펜을 세우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앉아서 망치로 두드리는 이, 머리띠를 묶은 채 힘껏 구부러진 펜을 펴는 이. 이미 휘어져 제대로 나올지도 모르는 ‘언론’이지만 시민들은 힘을 모아 바로 세우려고 합니다. 

 

아직도 언론이 문제다

 

 

과거 자료를 꺼내 본 이유는 최근 한 사람의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운동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론이 중요한데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엉망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와 같다면 언론단체에 가입하시고 활동을 해 보세요 또는 대안 매체 구독과 후원을 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뉴스 제작에 직접 뛰어들어 보세요.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지 않나요? 라고 장황하게 말했을 것입니다. 이미 언론시민사회단체에 회원 등으로 활동도 했고, 뭔가 보도 비평 등 모니터는 부족하다고 여기고, 대안매체 후원도 하는 이에게 어떤 말을 더 드릴 수 있을까요? 그 분은 “언론운동에 도움이 되고 싶다. 어떤 것을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방송’까지 할 수 있게 한 ‘언론악법’이 대리투표 등 온갖 탈법을 거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아마 그 분은 그 자리 당시 국회 의사당 앞 계단에 함께 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그 이전 각종 투쟁과 기자회견, 서명운동, 모금, 촛불 집회에 함께 해 주셨을 것입니다. 언론노동자들의 해직과 징계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의 폐지와 변해가는 보도에 가슴 아파하셨을 것입니다. 더 이상 화면에 나오지 않는 이들을 손꼽아 기다리셨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점점 국민과 멀어져가는 지상파 방송에 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욕하면서도 파업 투쟁을 응원해 주셨을 것입니다. “힘내라! 언론자유!”

 

언론자유지수는 높아졌지만

 

언론자유지수가 2016년 70위에서 2018년 43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시민들의 염원과 행동,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보도를 향해 투쟁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아직 언론의 역할은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최근 벌어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결과를. 부적격 인사들이 선임이 되고, 자유한국당은 마치 자신의 몫이 있는 것처럼 ‘이사 자리’ 배분을 요구하고 급기야 협박까지 하는 상황을. 정치적 외압을 막아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구태의 관행’을 반복하는 모습을. 언론계에서는 적폐 청산이 이뤄진 것은 맞습니까? 언론이 나아지기는 한 건가요? 지역 공동체를 건강하게 해 주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에 시민들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함께할 동지가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개혁을 특정인에게 맡겨 놓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쌍용차, 북핵 실험, 민중총궐기, 박근혜 탄핵 국면 등에서 언론의 왜곡 보도와 정파적인 보도가 국가를 국민을 위기에 빠트려 왔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언론노동자들이 스스로 지키고 쟁취해 나가는 것이며, 그것이 무너지거나 흔들릴 때마다 시민들의 호된 비판과 질책이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그 역시 참담하게 언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봤습니다. 언론을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썩고 있는 언론을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일방적인 의제 설정, 보도 자료에 충실한 언론, 선정적 제목으로 낚는 이들, 가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위선으로 가득한 사설과 칼럼, 넘쳐나는 간접 광고와 노골적인 홍보, 편법적인 중간 광고, 묵살과 은폐, 편파적 보도.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이 가득한 밤입니다. 단 한 마디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너무 빨리 혼자서 가지는 마세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함께할 동지가 있을 것입니다. 옆에 있는 이와 함께 일상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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