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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국 고등학교 등 시험장 1282곳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의과대학 증원 이후 처음인 수능에 21년만에 가장 많은 'N수생'이 지원했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느끼는 난이도를 적절히 갖추느냐가 최대 관건이 되겠다.
전문가들은 소위 '킬러문항'이 배제된 가운데 중저난도 문항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매력적인 선택지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상위권 변별력을 높였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총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될 예정이다.
수험생은 오전 8시10분까지는 시험실에 도착해야 한다.
올해 수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한국사 및 탐구,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총 5개 영역을 차례대로 실시한다.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치러야 하고, 나머지 영역은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1교시 국어는 오전 8시40분 시작하고 마지막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일반 수험생 기준 오후 5시45분 마친다.
듣기평가는 3교시 영어 영역에만 치러진다. 3교시가 시작하는 오후 1시10분부터 25분 동안 실시한다.
시험 편의를 제공 받는 수험생을 고려하면 오후 9시48분(중증 시각장애·일반 수험생 1.7배) 모든 시험이 끝난다.
올해도 2022학년도에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체제에 따라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선택과목' 방식이다.
국어는 독서·문학 교과에서 출제하는 공통 문제를 모든 응시생이 풀고 이어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중 선택과목 하나를 본다. 수학은 수학Ⅰ·수학Ⅱ가 공통 과목이고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중 하나를 택해 치른다.
상대평가 방식으로 주요 영역으로 평가 받는 국어와 수학의 상위권 변별력이 이날 수능의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해 수능부터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출제 기조를 적용한 가운데, 출제본부는 초고난도 문항을 내지 않으면서 많아진 N수생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험생 체감 난이도 척도는 국어·수학 만점자 표준점수다. 6월 모의평가는 국어·수학이 각각 152점, 148점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험으로 꼽히는데 9월 모의평가는 국어·수학 각각 136점, 129점으로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쉽게 출제됐을 것으로 관측한다.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으면 1등급을 받는 절대평가 방식인 영어 역시 적정 난이도를 가늠할 잣대로 주목된다.
영어 1등급 비율은 6월과 9월 두 번의 모의평가에서 각각 1.47%, 10.94%로 널뛰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어는 등급만 성적표에 표시되지만 대입 수시전형 최저학력기준에 쓰이는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수험생이 최대 2개 과목을 택해 치르는 탐구 영역도 변수로 꼽힌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각각 1과목씩 치르겠다고 지원한 수험생이 5만2195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3007명 늘었다. '사탐런' 현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의대 등 자연계열 학과를 지망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주로 치르는 과학탐구 과목만 지원한 응시자는 전년도 시험보다 4만1932명이 줄어든 19만1034명이다.
탐구는 상대평가라서 상위 4% 안에 들어야 1등급을 받는 만큼 응시자 규모가 줄어들면 1등급 받기도 더 어려워진다. 평균이 하락해 최고 표준점수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입시 업계에서는 주로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사회탐구 과목으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기본방향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됐던 내용일지라도 문항의 형태, 발생,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수능과 6·9월 모의평가, 수능 응시자 접수 현황 등 네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과목별 'N수생' 비율을 추정하고, N수생과 재학생의 (선택과목별) 평균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응시집단의 특성과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해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를 기준으로 50% 수준이며, 특히 영어의 연계 문항은 모두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 등을 활용하는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했다고 말했다.
EBS와의 연계율이 높으면 그만큼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6월과 평이했던 9월 모의평가 중 어디에 기준을 맞췄는지에 대해서는 "두 모의평가의 난도 차이가 크게 났는데 응시집단의 특성과 원서 접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았다면 사교육 없이도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 여파로 졸업생 응시자 수가 2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면서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킬러문항은 고난도 문항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킬러문항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건 공교육만으로도 변별력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골고루 출제해서 변별력을 확보하려 노력했다"며 "킬러문항은 완전히 배제하려고 노력했고, 독립적으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의 확인을 받았다. 준킬러문항도 충분히 걸러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수능에 원서를 낸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늘어난 52만2670명이다.
고3 재학생이 34만777명(65.2%)이고 'N수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생(16만1784명)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2만109명)이 다 합해 18만1893명(34.8%)를 차지한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N수생 규모는 지난 2004학년도 수능(19만8025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다.
의대 32곳의 모집인원이 대규모로 늘어나면서 주요 대학의 다른 선호 전공까지 합격 점수가 줄줄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은 6월 모의평가 N수생 규모와 수능 지원자 수를 견줘 대학에 재학하면서 수능을 다시 치르는 '반수생'이 역대 최대인 9만3195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날 수능이 끝난 이후 수험생들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현직 교사와 업계가 예상 문제를 사고 판 '사교육 카르텔' 논란 이후 평가원은 올해 6월 모의평가부터 수능 문제와 사교육 문제 간의 연관성 여부도 함께 심사하고 있다.
이의신청은 18일 오후까지 닷새 동안 받는다.
그 직후 이의심사가 진행되며, 평가원은 26일 오후 심사 결과를 내놓고 수능 정답을 확정한다.
수험생들은 성적 통지표를 다음 달 6일에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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