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하마스 유사성과 압도적 응징 전략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보복전을 경고하는 가운데, 세계는 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태의 원인에 대해 많은 사람이 선악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민족·종교·영토 갈등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신냉전’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후원 아래 이란이 각본을 쓰고 하마스가 행동대원이 돼 연출한 한 편의 입체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사태가 대한민국 안보에 주는 교훈은 너무나 심대하다.
지금 세계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원하는 ‘전체주의 세력(axis of tyrannies)’이 기존의 서방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야기된 신냉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시각에서 보면 한반도는 동유럽·중동·대만해협 등과 함께 4대 화약고에 속한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이슬람 혁명 수출을 통해 서방 세력을 몰아내고 패자로 등장하려는 이란이 이슬람의 단결을 꾀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또,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2개의 중국’ 현상을 타파하려 하며, 북한은 호시탐탐 ‘핵에 의한 현상변경’을 노린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국제전 확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으며, 친이란 시리아 민병대 및 헤즈볼라의 개입 징후와 북한제 무기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동맹국과 서방이 한반도에 관심을 쓸 여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순간 한반도는 곧장 전쟁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에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충돌은 적어도 3가지의 안보 과제를 던져준다.
첫째, 하마스의 입체 작전과 방어 한계를 초월하는 물량 공세 앞에 이스라엘의 최강 방공망 아이언돔이 허무하게 뚫린 사실을 알았다면, 하마스의 수십 배 기습 역량을 가진 북한군의 물량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방어 및 억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군이 가진 대공 방어 체계의 양적 확대 및 다층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습 공격 자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시간당 1만6000발의 포탄이나 미사일을 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2∼3배의 응징탄을 날려 보낼 태세를 갖춰야 한다.
둘째, 정부와 군은 ‘강군 건설’에 혼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군사력에 있어 첨단 장비와 기술이 언제나 중요함에도, 평화 논리를 빌미 삼아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군사력의 양적 축소를 강행하고 군기 이완을 방치한 지난 정부의 국방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안보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국방개혁이 시급하다.
셋째, 국민은 6·25 이래 최대의 전쟁 위기가 도래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단합해야 하며, 국민적 단합을 끌어내야 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막중하다. 자고로 튼튼한 안보는 주권국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이며, 대북정책은 그 기본 위에서 유화든 접촉 유지든 또는 봉쇄든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 기본을 하겠다는 국방 담당자들을 ‘평화 파괴 세력’으로 매도하고 윽박지르는 정치인들의 언행이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 국민은 다툴 것은 다투되 안보에서는 하나가 되는 정치권을 갈망한다.
(이 칼럼은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핵안보연구실장이 문화일보(10.18)에 게재한 글입니다)
김 태 우 (defensektw@hanmail.net)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전) 동국대• 건양대 석좌교수
(전) 대통령 외교안보자문교수
(현)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저 서
'북핵을 바라보며 박정희를 회상한다' 외 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