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가 중요 국정 과제가 되는 나라
우리나라는 점점 ‘갈등공화국’이 돼 간다. 무슨 사건이 나면 쉽게 수습되지 못하고 편을 갈라 싸운다. 세계 어느 나라나 사건·사고는 일어난다. 정상적인 나라는 관계 당국이나 전문가가 나서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따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이 이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인 규명부터 쉽지 않다. 전문가보다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앞장선다. 집권 세력에 불만이 있는 야당이나 언론 등이 사건·사고를 정부 비판 소재로 이용하려 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 세월호 사건 현장인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애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썼다. 천만 촛불은 뭐고, 고맙다는 무슨 뜻인가?
그동안 허위 사실을 유포해 엄청난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사례가 허다하다. 실례를 보자. 2008년 이명박 정권 초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했다. MBC는 ‘PD수첩’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정청래, 정동영, 정봉주, 문성근 등의 정치인과 시민단체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뇌 송송 구멍 탁”, “미국 소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 등등 자극적 구호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그해 5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광우병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오늘날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이다. 새빨간 거짓말로 온 나라가 뒤집어진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다. 당시 야당과 좌파 단체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수많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성주에 몰려가 주민들을 선동했다. 반대 이유는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 운운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 때 전자파는 유해 기준치의 2만분의 1이라는 국방부 조사 결과가 진작 나왔으나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 오늘날 성주 참외는 그 어느 때보다 잘 팔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여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앞의 해류가 미국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도착하려면 몇 년이 걸리고, 국제기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전 처리수는 핵 폐수”라며 불안감을 한껏 키우고 전국적인 방류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그로 인해 국내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자 정부는 수산업자 지원 등에 1.5조 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산물 소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서도 숱한 조사 결과에 아랑곳없이 갖가지 조작설과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사건·사고에 관한 가짜 뉴스 조작으로 인한 국가적 폐해는 너무나 크다. 국회와 언론에서 광우병, 천안함, 사드, 세월호, 원전 처리수, 이태원 등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송했는가! 국가적으로 무엇을 얻었는가! 일부 세력의 정파적 이익을 위한 가짜 뉴스에 나라 전체가 휩쓸렸다. 사실상 허접한 가짜 뉴스들이 주요 국정 과제로 자리매김한 꼴이다. 사회가 가짜 뉴스에 매몰되는 바람에 정말 국가 미래를 위한 저출산·고령화 극복, 국민연금 고갈 예방, 양극화 해소, 반도체산업 육성, 성장동력 배양 등은 소홀히 했다. 미래 과제는 뒷전이고 가짜 뉴스에 온 나라가 열중했다.
가짜 뉴스 조작을 막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 거짓말쟁이들에 대한 사회적 제제를 강화해야 한다. 거짓말로 국민을 선동해도 아무런 처벌도 안 받고 나아가 국회의원에도 당선된다면 거짓말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광우병, 사드, 원전 처리수 등 가짜 뉴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 정치인, 언론 등은 잘못했다고 사과 한마디 없다. 광우병 허위 보도로 당시 국정을 마비시킨 MBC와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국민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가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광우병 사건부터 원전 처리수에 이르기까지 허위 사실로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나 집단은 대체로 비슷하다. 예컨대 박석운 이태원 사건 대표는 위에서 열거한 사건들 대부분의 대표로도 활동했다. 현역 정치인들도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한 허위 사실 유포에 앞장서는 사람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앞으로 상습적으로 가짜 뉴스를 조작하는 사람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공직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은 낙선시켜야 한다.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 유포를 주도한 국회의원이나 시민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누가 어떤 논리로 무슨 주장을 펴는지 실명을 공개해 국민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기꾼이 안 나오도록 하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필자소개
최종찬 (jcchoijy@hanmail.net)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저 서
최종찬의 신국가개조론, 매일경제신문사, 2008. 6
아래를 덥혀야 따뜻해집니다, 나무한그루, 20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