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고시엔 결승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이 장면에 다 오열했다.
교토국제고등학교가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단 이래 첫 우승을 차지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불렸던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거인'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 접전 끝에 2-1로 제압하며 기적같은 승리를 거뒀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교토국제고는 1999년 창단 이후 25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해 의미를 더했다.
일본 고교 야구를 상징하는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 중 49개 학교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교토국제고는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후 1차전부터 3차전까지 각각 7-3, 4-0, 4-0으로 승리하며 순항했다. 준결승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를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둬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의 9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장 10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나카자키 류의 좌전 안타와 가네모토 유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이어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며 2-0으로 앞서갔다.
10회말 교토국제고는 실책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2루수 땅볼로 1점을 내준 후 니시무라 이키가 땅볼과 삼진으로 상대의 추격을 막아내며 2-1로 승리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나눴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특히 이번 우승은 교토국제고뿐만 아니라 재일 한국인 사회에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세워진 이 학교는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명칭을 바꿨다. 중·고교생을 합해 전교생 160명인 이 학교의 야구부는 1999년에 창단됐다. 반면 결승전에서 맞붙은 간토다이이치고는 재학생 수만 2000명 이상인데다 야구부는 1985년부터 전국대회에 참가하고 있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이번 결승전이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라고 불린 이유다.
교토국제고의 우승 소식은 일본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시엔에서는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교가를 부르는 관례가 있으며, 이는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된다. 이날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한국어 및 일본어 자막이 송출됐다. 학생들이 눈물을 쏟으며 한국어로 힘차게 교가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윤석열 대통령도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니폼이 성하지 않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뛴 선수 여러분의 투지와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이어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매년 4000개 가까운 팀이 출전하고 있다. 나도 1983년 아버지께서 히토쓰바시 대학교에 교환 교수로 계실 때 여름을 일본에서 보냈는데, 고시엔의 뜨거운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큰 대회에 학생 수가 159명에 불과한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