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IT/과학
이슈
탈핵 공약 폐기, 문재인 정부 왜 이러나.
기사입력: 2017/11/13 [10:40]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임승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 서성훈

[영남시사저널=임승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자신의 대선 공약을 180도 뒤집은 것이라 볼수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24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공사 재개 안건이 통과될 듯 하며 문재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높아진 핵발전소 반대 여론을 신경 써 스스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상징적 표현인 '탈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말고는 어떤 식으로도 구체적인 의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대선 당시에도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거나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등 기약 없이 모호한 말만 했을 뿐 국민의 염원인 안전은 뒤로한 무엇보다 문재인은 이미 집권 한 달 만에 이런 공약에서도 슬금슬금 물러서느라 바빴다.

 

문재인은 고리 1호기가 영구 폐쇄된 날 현장에 참가해 생색을 냈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일로 문재인 정부 자신은 이를 위해 한 일은 없다. 이명박근혜 정부 하에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막기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의 공을 힘 하나 안 들이고 가로챈 것이다. 게다가 바로 그날 문재인은 신고리 56호기 폐쇄 결정을 자신이 아니라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겠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 발표했다. 이는 겉보기에는 여론을 수용하는 듯한 형식을 취하면서도 사실상 회피하는 얄팍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1,342만 명의 견해를 뒤집고 고작 수백 명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꼴이니 말이다. 심지어 이는 핵산업계와 핵발전 친화적인 인사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사실상 탈핵 공약을 뒤집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핵발전을 미화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광고에만 매년 수백억 원을 쓰는 자들이 현실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공사가 거의 완료는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아직 가동되지 않은 이들 핵발전소 3기의 용량은 폐쇄된 고리 1호기의 7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에도 핵발전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문재인은 핵잠수함 배치 등 군사적 핵 이용 계획도 내놓은 바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그에게 '탈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비교적 분명했다.

 

보수 언론들은 '핵발전소 포기는 군사적 핵 이용 기술 포기를 뜻 한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는데 이는 문재인 '탈핵' 공약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고든 것이었다. 특히 점증하는 동북아 위기 상황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을 들기로 선택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인 국가의 집행권자로서 '탈핵' 과정에서 생길 경제적 부담을 기업들에게 지우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은 60년 뒤인 2079(?)에 탈핵이 실현될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의 공약을 거둬들였다. 따라서 이처럼 문재인의 배신이 분명해지던 시점에 탈핵 운동의 리더들이 문재인을 비판하고 운동 건설에 매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 탈을 쓴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은 존중받을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배신을 직시하고 대중적 탈핵 운동을 건설해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의 핵발전소 공사 결정은 사드 배치 강행에 이은 또 하나의 배신으로 기록될 것이다.

안전한 핵은 어디에도 없다. 저렴한 핵에너지도 없다. 탈핵을 위한 비용은 평범한 대중이 아니라 값싼 전기요금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이윤을 거둬 온 기업주들이 져야 할 것이다.

ⓒ TOP시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광고